과르네리 델 제수, ‘만들어진 명장’의 탄생

처음부터 스트라디바리와 동급은 아니었다.
오늘날 과르네리 델 제수(Giuseppe Guarneri del Gesù, 1698~1744)는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와 나란히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19세기 초, 이탈리아 악기 수집가 코지오 디 살라부에(Ignazio Alessandro Cozio di Salabue, 1755~1840)는 델 제수의 악기 알고 있었지만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1816년 과르네리 델 제수를 2류 또는 조잡한 제작자로 보았고, 당시 악기 가격도 스트라디바리보다 훨씬 낮게 기록했었다.
코지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델 제수의 악기는 2~3 체키니 정도였던 반면, 스트라디바리 악기는 10~11체키니, 아마티 악기는 최대 40체키니에 이르렀다.
*체키니(Zecchino/제키니)는 1800년대 초까지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무역에 쓰였던 대표적인 이탈리아 순금화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 차이다. 현재 델 제수는 스트라디바리와 함께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로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스트라디바리의 경쟁자는 커녕 상대적으로 값싼 악기에 가까웠던 것이다.
타리시오와 고악기 시장
이때 중요한 인물이 루이지 타리시오(Luigi Tarisio, 1796~1854)였다.
타리시오는 바이올린 제작가나 복원가가 아니라, 이탈리아 곳곳에서 오래된 악기를 찾아내고 사들여 유럽 시장에 공급한 수집가이자 딜러였다. 그는 당시 저평가되던 과르네리 악기를 적극적으로 모았다. 악기의 수리와 조정은 전문 제작자와 복원가들에게 맡겼다. 작업 내용에는 목·브리지·셋업의 조정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는 상판과 뒷판을 안쪽에서 깎아 두께를 조절하는 Regraduation도 포함될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손상된 부분을 원상 복구하는 수리라기보다, 당시 연주자들이 원하던 음량과 반응성을 얻기 위한 음향 개조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타리시오가 직접 악기를 수리했다기보다는, 악기를 선별하고 전문가의 손을 거쳐 상품성과 시장성을 높인 뒤 유통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파가니니와 「일 카논」
델 제수의 평판을 크게 바꾼 인물은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1840) 이다.
파가니니는 1743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용했고, 강력한 음향 때문에 이 악기를 「일 카논(Il Cannone)」, 즉 ‘대포’라고 불렀다. 이 악기는 파가니니의 명성과 결합하면서 과르네리 델 제수를널리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파가니니가 유럽 무대에서 이 악기로 연주하자 사람들은 과르네리를 단순히 값싼 옛 악기로 보지 않고, 스트라디바리와 견줄 수 있는 강력한 명기로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파가니니의 명성과 음악적 능력이 델 제수의 명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설명도 있다.
파가니니가 악기를 시장에 직접 판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연주는 결과적으로 과르네리의 가치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가 되었다.

실제 기량과 과장된 전설
파가니니를 둘러싼 이야기에는 실제보다 훨씬 극적인 일화가 많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연주 중 현이 하나씩 끊어졌다. 결국 한 줄만 남았는데도 파가니니는 연주를 끝냈다. 그러나 파가니니가 한 줄 연주를 위한 작품을 만든 것과, 정상적인 공연 중 세 줄이 차례로 끊어진 뒤 마지막 한 줄로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바이올린의 구조상 네 현이 브리지와 악기 몸체에 균형 있게 장력을 걸고 있기 때문에, 세 현이 끊어진 상태에서 한 줄만으로 정상적인 연주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파가니니의 실제 기량과 한 줄 연주 작품은 사실로 볼 수 있지만, 현이 모두 끊어진 뒤 한 줄로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후대에 극적으로 각색된 일화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델 제수는 감옥에서 악기를 만들었을까?
델 제수에 대해서는 그가 감옥에 갇혀 간수의 딸이 가져다준 재료로 악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하지만 현대의 자료는 이런 이야기를 낭만주의적 전설로 본다. 그래서 19세기 전기작가들이 델 제수를 ‘감옥에 갇힌 광기의 천재’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델 제수는 실제로 독창적인 제작자였지만, 그의 생애와 성격은 후대의 전기와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재구성된 것이다. 악기는 실제였지만, 그 악기를 만든 사람의 이미지는 후대에 크게 각색된 셈이다. 가짜가 아니라 만들어진 명장 그렇다고 델 제수를 가짜 명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의 악기에는 독창적인 구조와 강력하고 개성적인 음향이 있었고, 파가니니가 사용한 「일 카논」도 실제로 특별한 악기였다.
다만 오늘날의 명성은 악기 자체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타리시오의 적극적인 수집과 유통
전문 복원가들의 수리와 음향 조정
파가니니의 실제 연주와 「일 카논」의 명성
파가니니를 둘러싼 초인적 전설
델 제수를 광기의 천재로 만든 후대 전기
희소성과 명품성을 강조한 수집·경매 시장
이 요소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델 제수의 위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따라서 과르네리 델 제수는 ‘가짜 명장’이라기보다 실제 능력을 가진 제작자였지만, 후대의 시장과 전설에 의해 명성이 만들어진 명장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자료와 해석의 구분
타리시오가 파가니니의 전설을 직접 만들어 과르네리의 가격을 올렸다고 단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보다 신중하게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타리시오의 수집과 유통, 파가니니의 연주, 복원가들의 작업, 후대 전기작가들의 서술이 서로 결합하면서 과르네리 델 제수의 명성과 시장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이것은 타리시오가 혼자서 전설을 조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의 딜러, 연주자, 복원가, 전기작가, 수집가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같은 방향의 신화를 강화했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명기는 제작자의 손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복원가의 작업실과 연주자의 무대, 역사가의 책, 딜러의 경매장을 거치며 ‘명기’가 되기도 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과르네리 델 제수는 가짜 명장이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제작자였지만, 코지오 시대의 저평가된 악기가 타리시오의 수집·유통, 복원가들의 손질, 파가니니의 연주, 언론과 전기작가들의 전설을 거치며 스트라디바리와 버금가는 명장으로 만들어진 사례이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바이올린의 가치가 단순히 나무와 소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누가 만들었는가, 누가 연주했는가, 누가 고쳤는가, 어떤 이야기가 붙었는가, 그리고 누가 그 이야기를 시장에 퍼뜨렸는가.
“명기는 때로 제작자의 공방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복원실과 무대, 책과 경매장에서도 형성되기도 한다.”
자료 안내
이 글은 과르네리 델 제수의 제작사, 코지오 디 살라부에와 루이지 타리시오의 악기 거래 기록, 파가니니의 「일 카논」에 관한 자료, 후대의 복원·전기·시장 형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본문에서 확인된 역사적 사실과 여러 자료를 종합한 해석은 구분하여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타리시오가 델 제수의 명성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은 직접 입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수집·복원·연주·유통·전설의 결합을 설명하기 위한 해석입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1. John Dilworth and Carlo Chiesa, “Guarneri ‘del Gesù’, part 1 (1698–1731),” Cozio Archive, Tarisio.
2. Alberto Giordano, “Copies and Models of the ‘Cannone’ in Italy,” Premio Paganini.
3. Alberto Giordano, “The Paganini ‘Cannon’ Violin,” Cozio Archive, Tarisio.
4. Tarisio, Augustin Dumay, Guarneri ‘del Gesù’, c. 1743.”
5. Carlo Chiesa et al., The Violin Masterpieces of Guarneri del Gesù.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 1994.
6. W. Henry, Arthur F. Hill, and Alfred E. Hill, The Violin Makers of the Guarneri Family, 1626–1762.London: William E. Hill & Sons, 1931.
7. Carlo Chiesa, John Dilworth, Stewart Pollens, and Duane Rosengard, The Violin Masterpieces of Guarneri del Gesù. 이 서지 정보는 미국 의회도서관의 현악기 자료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