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VIOLINS ?

바이올린족 현악기(이하 바이올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는 올드(old) 악기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old’란 단어만 보면 오래된 악기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은 오래된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악기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올드(old) 악기는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16세기 이탈리아의 크레모나를 기원으로 하여 동시대에 이미 유럽 여러 국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들과는 달리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그 전통을 이어 현재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이런 시간적 연속성 때문에 바이올린은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올드(old) 악기, 모던(modern) 악기, 새 악기(contemporary instruments)로 구분하는데, 올드(old) 악기는 현재로부터 약 150년 이전에 만들어진 악기들을 말하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악기들은 모던(modern) 악기, 그리고 현대 제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악기는 새 악기(contemporary instruments)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사적으로 바이올린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대표적인 국가로는 바이올린의 기원인 이탈리아를 포함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있다. 이렇게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은 각 지역별로 악기의 형태나 음색, 재료, 칠 등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며 이런 특징은 악기를 감정하고 구분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올드 악기의 경우 특히 이런 지역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현대로 오면서 점차 지역적 특징이 줄어들어 현재 제작되는 악기의 대부분이 올드 이탈리안 악기(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등)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더 이상 지역적 특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올드(old) 악기란?

올드(old) 악기의 의미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악기가 제작된 시기적인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올드 악기라는 명칭만으로는 그 악기가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악기라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다. 또한 올드 악기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처럼 엄청난 가치를 지닌 명기들도 있지만 그 반대로 나무토막의 가치 밖에 없는 악기들도 있다.

악기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악기의 제작가인데 악기 가치의 대부분이 여기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악기의 상태나 소리 등에 의해 가치의 차이가 생기기도 하고 그 외에 그 악기를 소유했던 소유자나 연주자의 이력같은 것들도 금전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악기의 가치 결정에 제작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악기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은 악기를 구입해서 사용해온 연주자들이다. 연주하기 편한 악기,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악기만이 연주자의 선택을 받아 지금의 명성과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꿔말하면 좋은 제작가에 의해 잘 만들어진 악기만이 시대를 뛰어넘어 연주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다.

올드 악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주자가 올드 악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올드 악기 특유의 소리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올드 악기는 새악기나 모던 악기에 비해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에서 일반인(음악 전공생 및 연주자 포함)을 대상으로 올드 악기와 새 악기의 소리를 비교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여러 차례 시도 되었는데 실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악기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던 기록이 있다. 물론 이런 실험들이 정확하게 악기의 소리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연주되는 소리만 가지고 새 악기, 모던 악기, 올드 악기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연주되는 소리의 차이는 악기의 차이보다 연주자의 기량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제작된 새 바이올린을 연주해보면 처음엔 조금은 시끄럽고 어색한 느낌의 소리가 나지만 어느 정도 연주를 하다보면 굉장히 빠르게 소리가 변하면서 안정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올드 악기에 적용시켜 보면 1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연주자들에게 연주되면서 좋은 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해진 악기로 깊이 있고 기름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새 악기의 경우 연주자가 악기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올드 악기의 경우는 악기가 가진 소리를 연주자가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표현으로 정확하게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차이를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의 차이가 연주자에게 올드 악기는 좋은 소리를 낸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고 이런 악기에 대한 신뢰는 연주자로 하여금 자신의 연주에 자신감을 가지게 해준다.

연주자의 올드 악기에 대한 선호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다. 단지 우리의 경우 아직은 서양악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바이올린을 설명할 때 ‘내 악기는 올드 악기입니다’, ‘내 악기는 새 악기입니다.’ 같이 단순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악기를 설명하는 정확한 방법은 제작가의 이름, 제작 년도, 제작 도시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예, Antonio Stradivari 가 1717년에 이탈리아의 Cremona에서 만든 악기) 이렇게 자신의 악기를 설명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알고 있다면 자신의 악기에 대한 애착이 조금은 더 생길 것이다. 또한 정체불명의 올드 악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조금은 줄어 들지 않을까 싶다.

악기의 수리와 관리

올드 악기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악세사리를 제외하면 전부 나무로만 만들어진 바이올린은 외부의 충격, 기온 및 습도의 변화에 의해 쉽게 변형되고 파손될 수 있다. 대부분의 올드 악기가 1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수리와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상태로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재료의 특성 때문에 우리는 수리 및 복원 작업을 통해 40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악기를 유지시킬 수 있었다. 악기 수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왔는데 이런 수리 및 복원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완벽하게 악기를 유지하고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에 의해 정상적으로 수리된 악기는 악기의 건강 상태나 소리등 여러가지 면에서 수리 전과 비교하여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리가 된 악기의 경우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악기의 제작과 수리에 사용되는 동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접착제(hide glue)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그 성질이 변하여 접착력이 약해질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철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악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악기를 신주단지 모시 듯 모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악기에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항상 일정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엔 차고 건조하지 않게 여름엔 덥고 습하지 않게 해주면 된다. 이런 환경만 잘 유지하면 계절에 따른 악기의 변화를 어느 정도 미리 막을 수 있고 항상 일정한 좋은 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악기의 변화가 느껴지면 되도록 빨리 전문가에게 악기 상태를 점검받아 악기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악기를 아끼고 관리하는 것은 올드 악기 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에 필요한 것이다. 또한 올드 악기는 우리가 잘 관리하여 다시 다음 세대로 물려주어야할 문화 유산이라는 책임도 있다.

좋은 올드 악기를 소유하는 것은 모든 연주자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좋은 올드 악기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그 가격도 일반 연주자들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다. 심지어 재테크의 수단으로 악기를 수집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점점 더 좋은 올드 악기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무조건 올드 악기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새 악기라도 좋은 소리가 나도록 잘 관리하고 사용한다면 그 악기는 먼 훗날 좋은 올드 악기가 될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은 제작가이지만 악기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연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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